거의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 캐나다 밴쿠버의 집을 구하려고
매물을 살펴보고 엄청나게 많은 메일을 보내고 그리고 어렵사리 집도 둘러봤다.
그렇게 우린 차츰 캐나다에서의 첫 번째 보금자리의 윤곽을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었다.
우연히 찾아온 인연
아직까지는 인연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표현되기를 희망해 본다.
첫 번째, 두 번째 집 이후에도 Online Showing 포함 몇 군데 정도를 더 본 것 같다.
하지만 적당한 매물은 없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우리가 정한 기준을 대부분 충족할만한 그런 매물이 없었다.
이게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 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이 둘이나 있는 상황이니 욕심을 좀 부려봤다.
그러던 중... 우리가 원하던 버나비 지역에... 아이들 학교까지 걸어서도 갈 수 있고... 2 Bed + 1 Den 구조인 집에서 연락이 왔다.
그래서 이번에도 너무 미안하지만 처제네에게 한번 더 Showing을 부탁했다.
그렇게 집을 보고 온 직후의 평은... 발코니도 크고 구조도 괜찮지만... 부대시설(엘리베이터, 공용공간 출입방식 등)이 좀 아쉽다였다.
말도 안 되지만 우리 부부는 이 정도면 캐나다에서의 첫 집으로 괜찮겠다는 이상한 촉이 왔다ㅎㅎㅎ
게다가 집주인이 한국인에게 우호적인 중국인이었다.(처제에게 한말이긴 하지만 한국사람이랑 거래를 선호한다고 했다고...)
물론 가격대는 워낙에 렌트비 극악의 시절이어서 이 정도면 무난한 수준이었지만,
우리는 짧지만 긴 이틀정도의 고민 끝에 계약을 하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이후에 더 이상의 메일이 집주인으로부터 오질 않았다.
그래서 우린 "역시, 그렇지... 다른 사람이랑 계약했나 보다. 아쉽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ㅠㅠ
그렇게 처제네가 집을 Showing 하고 일주일정도가 흘렀을 시점에 그 집주인이 처제 번호로 문자를 남겼다.
"당신 언니네가 아직 결정을 못한거냐?" 고... "본인은 당신 언니네랑 계약하고 싶지만 아직 답을 못 받아서 확인차 연락한다" 고...
엥????????? 이게 먼 소리야!!
Craiglist의 오류(?) 중간중간 사라진 메일들
Craiglist에서 집주인에게 메일을 보내려면 Reply를 눌러서 메일주소를 복사한 다음 보내야 한다.
통상적으로 집주인들이 자기 이메일을 바로 매물정보랑 같이 올려놓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나중에서야 집주인과 얘기를 하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우리가 보낸 메일이 그리고 집주인이 우리에게 보낸 메일이 중간중간 무슨 이유에서인지 전달이 안 됐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Craiglist에서 제공하는 메일주소는 Craiglist가 제공하는 중간 경유지 이메일의 형식으로 보여진다.
고로... Craiglist가 중간에서 방어막 겸 필터링을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당연하겠지만 현지 부동산 매물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이다 보니 한국에서 메일을
심지어 우린 당시에 며칠 사이에 엄청나게 많은 이메일을 보냈다... 스팸으로 의심했을지도...ㅠ
그래서 해외 수발신 이메일로 시스템에서 필터링을 한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아무튼 그렇게 집주인과 극적으로 다시 한번 연락이 되고,
아예 집주인 이메일 주소를 직접 받아 Direct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물론 우리가 보낸 자소서 느낌의 이메일만으로는 통과(?)가 되지 않았고, 예금 잔액증명자료나 내가 하는 일이 뭔지 등등의 정보를 추가로 요청하긴 했지만 그래도 무난하게 마무리되었고 그렇게 우린 계약서에 서명을 하게 됐다.
캐나다 첫 번째 집 계약완료
우리는 미리 전달받은 계약조건에 동의하고 Deposit으로 1/2개월치 월세를 지불했다.
그리고 본계약을 체결한 다음에는 계약 시작일에 맞춰 첫 번째 월세도 지불했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는 부동산에 계약당사자들이 모여서 인감 찍고 돈 주고받고 그렇게 하기에 살짝 걱정을 했었다.
당연하게도 여긴 캐나다 주택이고 난 아직 한국에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다행이도 본계약 계약서 작성은 온라인으로 전자서명하는 방식이었다.
집주인이 관련 온라인 서류를 등록하고 우리에게 보내줬고, 우린 잘 꼼꼼히 읽어가면서(영어공부가 절로 된다;;;) 하나하나 체크하고 사인도 했다.
그렇게 우리의 첫 번째 캐나다 집 렌트가 마무리되었다.
온라인 서명의 장점이라면 언제든지 내가 계약한 서류를 온라인에서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부동산 계약서를 이래도 되나 싶긴 하지만...
실제로 캐나다에 입국에서 집에 들어와보니 집주인이 나름 신경을 많이 쓴것 같았다.
우선 청소 깨끗하게 잘 해놨고...가구들도 우리가 요구한대로 불필요한건 다 치워줬고...
키친테이블에는 웰컴 기프트 초콜릿 상자도 준비해서 카드까지 남겨줬다.(감동;;;;)
심지어 우리가 한국에서 바로 오는걸 알아서인지...당장 전기가 끊기지 말라고 그냥 본인이 hydro 등록을 유지해주겠다며 쉽지않은 배려도 해줬다.
이건 사실 정말 쉽지 않은 배려인 이유는 아무리 사람이 살지 않고 있더라고 최소한의 전기세가 어찌되었든 조금이라도 발생하게 되면 집주인 계좌에서 전기요금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집주인왈... 본인은 아이 교육때메 지금 지역에서 계속 살아야하니 혹시라도 집을 비워달라고 할 가능성은 없으니 걱정말고 캐나다에서 정착 잘하길 기원한다고 응원의 메세지도 줬다ㅎㅎ
머 그야 그때 가봐야 아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말이라도 참 고마웠다.
그렇게 우린 지금 이 집에서 추억을 하나하나 쌓고 있다.
앞으로도 더 좋은 추억들이...그리고 좋은 일들이 하나둘씩 계속 쌓여나갔으면 좋겠다.
어느 한국인 집주인분과의 일화
사실 지금 집주인과 잠깐 연락이 두절되었던 며칠 사이...
다른 한국인 집주인과 컨택이 되었었다(이곳은 Craiglist로 매물을 본곳은 아니었다.)
지금 집주인이랑 연락이 안 되다 보니 우리에게 기회가 안 오나 보다 하면서 오해 아닌 오해를 하던 차였는데
또 하필 그분이 때마침 한국에 들어와 있어서 우린 그분과 한국에서 직접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분이 참 흥미로운 이야기를 우리에게 했다.
" 한국사람들끼리니까 특별히 3개월치만 선불로 받겠다. Credit이 없으셔서 다른데 가면 기본 6개월치는 선불로 주셔야 할 거다. 이 정도면 참 좋은 조건이다. 본인이 렌트를 하려는 곳이 또 신축이라 첫 번째 집으로 너무 좋을 거다 " 등등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고 " 고민해 보겠다. 연락 줘서 고맙다 " 정도로 마무리하고 그분과의 연락은 그것으로 종료했다.
당연하지만 캐나다에서는 위에 한국인 집주인이 말한 선불조건이 불법이다.
그런데 너무나도 그걸 당연한 것처럼... 심지어 한국사람이라 특혜 주는 것처럼 말하는 상황이 조금은 아이러니했다.
왜 같은 한인한테 굳이 더 이러나 싶었다. 어이도 없었지만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아마도 그분은 현지인에게는 아예 그런 소리를 꺼내지도 못할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정말 수만 명의 한인들이 서로서로 도와가며 잘 살아가고 있는 밴쿠버지만
몇몇 사람들이 한둘씩 좋지 못한 사례를 만들다 보니 한인 사회가 전체적으로 경직되어 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 보니 지금 집주인의 너무나도 깔끔한 대응방식에 조금은 더 놀랍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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