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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2nd life in Canada

40대에 무모해 보일 수 있는 인생 2막을 시작해 본다

by 기타마을이장 2024. 1. 17.

 

개인적으로 참 다양한 이벤트가 있었던 2023년을 마무리하면서,

2023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에 본격적으로 캐나다에서의 삶을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인생에 있어 큰 기점이 된 캐나다에서의 두 번째 삶을 앞으로 하나하나 기록해보려고 한다.

개인 블로그이다보니 이런저런 카페보다는 좀 더 개인적인 생각을 많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ㅎㅎ

그리고 앞으로의 캐나다에서의 삶이 지금보다는 더 즐겁고 보람되기를 희망해 본다.

불혹의 나이에 인생 2막 준비

예전에야 불혹하면 엄청 많은 나이일 수 있지만 21세기가 시작된 지도 한참이 지난 지금은 아직 창창한 나이다.

(혼자만의 착각일수도 있지만;;;)

그리고 불혹을 넘어선 나이에... 4가족의 가장인 상황에서 자칫 무모해 보이는 인생 2막을 준비하게 됐다.

 

머가 부족하다고...더한사람들도 열심히 잘 사는데 굳이 타국에 가서 고생하려고 하느냐고

물론 대놓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혹자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오랜 기간 함께 해온 친구 녀석이 그나마 제일 근접하는 말을 하긴 했는데 그 조차도 직설적이기보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만 했다.

부채가 잔뜩 끼어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4식구 살 수 있는 집 한 채는 있고 대기업에 다니면서 안정적으로 살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주변에 이민 얘기를 전했을때 또 하나 상당히 높은 비율로 받은 질문이 바로... 부모님 얘기였다.

장남 아니냐고... 부모님은 어쩔거냐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부모님은 오히려 나의 결정을 응원해 주셨다.

속으로는 얼마나 섭섭하셨겠는가... 하지만 설령 그러셨을지라도 너무나 감사하게도 내색하지 않고 응원해 주셨다.

그걸 굳이 내색하지 않더라도 자식 된 입장에서 다 느끼기에 더더욱 너무 죄송하다. 그래서 혼자서는 많이 울기도 했다.

 

부모님께서 공항으로 마중을 나와주셨는데 4가족 짐이 워낙에 많다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결국 헤어져야 하는 순간은 그래도 왔다. 출국장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 서있는 상황에 

도저히 부모님이 가시는 뒷모습을 볼 수 없어서 애써 고개를 돌렸다.

막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 미친 듯이 딴생각하고 눈물을 삼킨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밴쿠버 공항 입국장 - 2023년 12월 25일 우리 가족은 밴쿠버에 도착했다.

 

그렇게... 본격적인 출국준비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만나지 못했던 주변 지인들을 오랜만에 만나고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2023년 12월 15일 캐나다행 비행기에 우리 4가족은 몸을 싣고, 캐나다 땅을 밟았다.

 

단순하지만 복잡한(?) 인생 2막 설계 이유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지만 한 여자의 남편이고  두 아이의 아빠인 상황에... 쉽지 않은 결정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이다.

참 많은 기존의 이민자들이나 지금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들 역시 비슷한 이유가 가장 많은 것 같다.

2023년 둘째까지 초등학교를 들어가면서 이제 초4, 초1 두 아이를 두다 보니 현실적인 질문을 계속하게 됐다.

 

나는 분당이라는 신도시에서 중-고-대까지 모두 나왔다.

그리고 1세대 신도시 주민이어서였는지;;; 본의 아니게 인생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 입시.. 총 2번의 입시를 치러야 했다ㅠ

내가 살아온 지난 삶을 돌아봤을 때 아주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나름 열심히 열심히 해서 SKY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중상위권 대학을 졸업했다.

덕분인지 졸업 후에는 그래도 대한민국 사람이면 다 아는 그런 회사를 두 군데 다녔다.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말해 SKY는 못 갔다는 사실이다ㅠㅠ

그런데 요즘 우리 아이들은 내가 자라던 그 시절보다도 더 팍팍한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초4인 첫째는 벌써 학교 끝나고 놀 친구가 없어 바로바로 집에 오는 상황이었고;;;

초1인 둘째는 반 친구들 중에 영어/수학학원 안 다니는 두 명 중에 한 명이었다...나머지 한명 친구도 고민 중이라고 했던...

어찌 보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40-50대가 오히려 예전보다 더 아이들을 경쟁적인 환경에 내놓는 건 아닌지 반성해보기도 했다.

 

아이들이 늘 해맑게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러던 지난 5월 코로나가 끝나고 4년여 만에 떠난 코타키나발루 가족여행 중

아이들이 수영장에서 너무나도 해맑게 노는 모습을 선베드에 앉아 바라만 보다가 우리 부부는 동시에 뭐에 홀린 마냥

인생 2막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됐고... 그렇게 의견이 모아졌다.

 

두 번째 이유는 순수히 나... 그리고 우리 부부의 미래를 고민해 봤다.

사실 순전히 아이들 때문만이라고는 하고 싶지 않다.

40대 중반만 돼도 관리자의 길로만... 갈수록 집보다는 회사에 더 시간과 체력을 써야 하는 환경...

물론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그때 그 시절보다는 많이 좋아지긴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공연하게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결국 그 상황에 개발자로 기술이 축적되는 것도 아니고...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잔뜩 지워주는 관리자의 삶을 살다 보니

결국 할 수 있는 건 남 탓... 내 잘못도 저 사람 잘못이 되도록 만드는 능력이 늘어나고...

참 말도 안 되는 조직논리로 탄생된 누가 봐도 단발성 반짝 아이템인데 과장된 보고서를 만들어서 포장을 하거나

그리고 그런 조직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있어야 하기에 정치질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물론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다. 캐나다라고 머 다를 것 같냐...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정말 그런지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영어라는 보이지 않는 하지만 내 인생 중간중간 길목마다 적잖게 발목을 잡아온 장벽을 조금은 낮춰보고 싶기도 했다.

 

이민을 결정하고 산책도중에 발견한 한편의 시구절이 확 와닿는 경험도 해본다.

 

마지막으로 지난 몇 년간 완전히 내 심신을 황폐하게 만든 회사얘기는... 아주 나~~ 중에 회고해보려고 한다.

아직도... 그 "분"이 사그라지질 않아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정말 지난 몇 년은 매주 성당에 가서 하느님께 이런 질문을 반복했던 것 같다.

' 제가 혹시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면 다른 벌을 내려주시고, 저를 여기서 좀 해방시켜 주세요... ' 라고

물론 늘 그렇듯 답은 없으셨다ㅎㅎ

 

그 외에도 미세먼지라던지... 하는 자잘한 이유들이 많지만 그렇게 우리 부부는 인생 2막을 설계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우린 유학 후 이민 혹은 취업 이민... 이렇게 두 가지 옵션을 두고 열심히 탐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참 너무나도 우연치고는 신기한 순간에 좋은 기회를 만나게 됐고 우리는 캐나다행 비행기를 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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